1.
기념비적인 날이었던 9월 9일,
나는 7시 티켓밖에 사지 못했다.
애초에 티켓 구매가 일본 갔을 때 시작해버려 살 기회를 놓쳤던 나로서는..
반드시 추가 구매가 있으리란 굳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다(활활활)
추가 구매 공지가 뜨자마자 총알같이 입금하고 메일을 보낸 끝에 7시 티켓 GET.
그리고 한 달여간의 지리한 기다림은 지나갔다-
바로 전날까지 다녀온 사원교육 때의 피로나 정신적 충격(여러가지로..)이 남아서
좀 심드렁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상태였는데,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가라스 PV를 보던 순간부터 갑자기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일 정말 이 아이를 보는 거야? 정말로?
이 아이가 정말 현실에 존재했던 거야?
아무튼 당일은 데이트 나갈 때보다 더 노력해서,
꾸몄다라고 하기까진 뭐하지만 나름대로 힘 좀 줬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만나러 가는 상대는 바로 곳찡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다음날 입었던 옷이 더 예뻤다. 조금 억울했다...)
연구소 사람들도 선물 준비하랴, 총알(현금) 재랴, 이쁘게 꾸미랴-
결론적으론 곳찡이 자신을 1초라도 더 보게 만들 의상 연구에 골몰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요요기 콘서트 때 사유를 타겟으로 토끼귀 쓰셨던 일본 여자분, 원츄)
2.
나루문화아트센터를 찾는 일은 아주 쉬웠다. 커다란 표지판도 있고,
이미 100m 근방에 벌써 무스코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 포진해 있었다.
평범한 옷차림의 사람들,
교복 입고 온 학생들,
군복 입고 온 사람들,
특공복이나 굿즈 티셔츠를 입고 온 사람들,
한복 입고 온 사람,
무려 야루키 IT's EASY(곳찡 싱글 중 하나) 코스프레를 하고 온 사람!
모무스 것이긴 하지만 만파와 코스프레를 하고 온 사람,
곳찡에 만만찮게 예쁘게 차려 입고 온 여성팬들도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해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여성팬(가장 많았다),
10대 후반의 아직 여드름기 가시지 않은 소년들(것참 순한 빠돌이란 보기만 해도 귀엽다),
20대 중후반 남성들 등등 팬들만 봐서는 어떤 가수의 팬클럽인지 잘 감이 안 올 만한 모양새였다.
곁가지를 쳐낸다면, 내가 나 이외의 하로팬들을 만나 본 것은 지난 7월 일본여행 때가 처음이다.
그 때 느꼈던 것, 또 이 날에도 직접 피부에 스쳐온 한국 내 하로프로 팬덤에 대해-언젠가 따로 포스팅해 보고 싶다.
이날 팬미팅 현장을 비롯해 일본여행, 카고의 방한 때 신라호텔 등등 팬들만 아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꽤 있었다.
물론 당일에는 고토를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즐거웠다.
이 날은 일본 여행 때의 동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뭐랬어, 이 바닥에 있으면 언젠가 또 볼 날이 있다니까! 다들 한국에선 처음 만나는군요.
당연한 얘기로, 거금이 빠지는 도쿄행을 감행한 사람들이 서울을 못 올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이번에도 부모님과 싸우거나 직장을 째거나 한 사연들이 꽤 되더라..
다들 3시 것도 보고 온 상태여서 이런 저런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3시 공연이 7시 공연보다는 좀 길고 재미있었던 듯하다.
또한 다들 한정굿즈를 지르고 온지라 ㅠ.ㅠ
일행을 조르다시피 하여 건대입구 제이앤제이 매장을 가 보았지만
고토 마키 관련 굿즈는 동이 난 상태.
....이럴 수가!
그 전날 발매됐던 고토 라이센스 앨범은 리브로에서 주문했지만
이날 가장 노렸던 아이템, [FOXY FUNGO]는 나와 함께 있었던
'쯔지쯔지' 님이 사신 게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이 날 하루종일 이분의 뒤통수를 노렸지만,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어 그냥 보내드린..-..-)+
(현재 교보에서 질러서 배송중이다)
회장에서는 한국한정 오피셜과 여러 굿즈 등을 판매했는데, 난 그 장소에서 얘기했었다.
"저게 매진되지 말아야 하는데. 한국에선 굿즈가 안 먹힌다는 걸 우파가 좀 알게"
그런데 정말로 매진이 안 된 모양이다. 나도 그렇게 말해놓고 한국한정 오피셜은 샀는데 말이지ㆀ
(한국 한정이라구, 고토 친필이 들어있단 말이다...)
그런데 회장에서 왜 라이센스반과 사진집을 팔지 않았을까?
아마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모양인데, 만약 팔았더라면 그 쪽이 더 짭짤했을 텐데..
실물을 보고 반쯤 홀려버린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지 않겠는가!
3.
2시 공연이 기자회견이 껴 있었던 탓인지 시간이 지연된 듯했는데, 7시 공연도 그랬다.
근데 한 가지 화끈했던 사실,
막간 타임에 곳찡이 잠깐 회관 밖에 나왔었다는 것!
보도사진용으로 팬들과 포즈를 취하기 위해서였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뒤로 밀리고 말았다-
기실 나는 이 때 처음으로 곳찡을 실물로 봤다.
더 정확히는 촬영 끝내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갈 때, 유리창을 통해서 봤다.
안전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계단을 올라가며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그 모습.
아마 연예인을 본다는 건 대부분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사진들을 잘 찾아보면 아마 내가 찍혀 있진 않아도, 원념(怨念) 정도는 담겨 있지 않을까.
이 순간에도 그랬고, 나중에 고토가 밴을 타러 나오는 걸 기다릴 때에도
내 작은 키가 그만큼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164cm..평소에 크게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나
사방이 건장한 남자 팬이니 금세 '人의 장벽'이 형성되어
몸집 작은 여성팬들은 발돋움을 하다 못해 동동 구르며 애만 태울 뿐이었다.
내 바로 앞사람은 내가 많이 딱해 보였는지 '들어 드릴까요?'라고 말하기도...
4.
사진집을 놓친 허탈감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
일행분으로부터 벌써 입장이 시작되고 있다는 전화!
제이앤제이에서 회관까지, 도보 10분은 걸릴 만한 거리를 죽어라 달렸다.
우리는 거의 입장이 끝나갈 때서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번호표도 당연히 늦게 받았다-
그런데, 선착순과 관계없이 추첨에 의해 정해지는 좌석표-1층 B42-를 쥐고 들어가보니
오오오오!!
내 자리는 1층에서도 무진장 앞이었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바로 앞줄 학생의 거리라고 생각하면 될 듯.
그 정도로 가까웠다!!
이런 데서 평소에 숨어 있던 럭키가 발동하다니~나이스~
(더욱 더욱 발동하여 추첨 선물도 걸려주길 바랬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진 운이 닿지 않았다)
5.
라이센스반에 딸린 DVD 오프닝 영상이 상영되고, 본격적인 팬미팅 시작.
이날 좀 서툴러서 나중에 후기게시판에서 질타를 많이 당한(;;) MC지윤의 사회가 끝나고
드디어 곳찡이 등장했다!!
내 옆에 있던 얌전해 보이는 남자분이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진짜 이쁘다....'
나오자마자 슷핀토 나미다 한국어 버전과 가라스노 펌프스 라이브.
이 자식 정말 노래 잘하네. 이것이 바로 에이스구나.
솔직히 동영상으로 볼 땐 살짝 이펙트 넣고 립싱크 하고 그러겠지 생각했는디
저렇게 댄스를 겸행하면서 전혀 호흡이 흔들리지 않다니.
살짝살짝 선보이는 무대매너까지, 7년차 아이돌이란 저런 것이구나.
분하지만 우리 미키티가 살짝 접어줘야겠는걸...
대부분의 보도자료에는 곳찡 모습이 1회차의 의상밖에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내 생각으론 2회차 의상이 더 아름다웠다.
푸른빛이 도는 가라스노 펌프스 의상이다.
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머리는 다르지만 아마 이 의상이었던 것 같은디..
160cm라는데 그것보다 더 작은 것 같은 체형을 받쳐주는 앙증맞은 펌프스(물론 유리는 아니다)
크고 빛나는 눈, 긴 속눈썹, 오똑하고 서구적인 코.
금발에 양갈래로 묶어 내려뜨린 머리.
상아 같은 뺨과 팔다리, 피부.
납작하다 못해 팽팽한 복부.
그렇게 작은 머리에 있을 건 다 있는 이목구비와 나이스바디.
이게 사람인가 인형인가 싶다.
이 녀석은 연예인치고는 심하게 화면발 사진발을 안 받는 축에 속했던 것이다.
고토 마키를 실물로 가까이서 보지 않고 그녀의 미모를 논하지 말라.
Pv,오피셜,잡지사진 다 소용없다. 실물이 최고다!
이 때부터 나는 현실감각을 상실했다.
딸들의 콘서트를 갔을 때에도 그랬는데,
난 이상하게도 꼭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일수록
돌이켜보면 마치 꿈을 꾼 듯 아득해지는 일이 잦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는 걸 막으려는 뇌의 방어기제인지도 모르겠다.
곤란하다. 현실감각을 유지해야 '그녀가 단지 아이돌'일 뿐임을 인식하게 되는데..
원더풀하츠콘 때도 그렇고 매번 당한다.
아니, 둘 다 정말 꿈이었는지도 모르지.
늘 동영상으로만 봐왔던 곳찡이 내 코앞에서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니..
이건 그동안 쌓아온 복록이 보여주는 꿈인 게야..부디 깨지 말거라...
5.
곳찡은 이 날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긴장했다고 말하는데 별로 그런 기색은 없고,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살짝 오바질도 보이더라. 귀여웠다. 흘흘흘
중간 인터뷰 중 모무스 시절 노래를 한소절만 불러달라는 말에
팬들과 곳찡이 합창해서 '두 잇 나우'를 불렀는데,
'유메와 카나우요 젯따이 카나우카라..(꿈은 이뤄져요 반드시 이뤄지니까)' 부분을 모두 웅얼거리다 틀려서
곳찡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드는 것에 잠시 웃음이.
기실 이 팬미팅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한 가장 큰 계기는 운영진들의 피나는 노력 외에도
바로 작년 아시아송 페스티벌 때 부산까지 달려가 열띤 환호를 보여주었던 팬들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난 이 날 반쯤 울면서 일하고 있었다. 블로그에도 그 비분함의 흔적이..)\
이날은 많이 긴장했을 것이다. 생면부지의 한국땅. 카시오페아로 도배됐을 것만 같은 관중석.
그 관중석을 꽉 채운- 야광봉을 흔들며 플래카드를 펄럭이던 팬들~
고토 좋아죽는 기색 역력했다. 노래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따라오는 환호에 가슴을 두드리며..
팬들 대부분이 슷핀토 나미다를 따라부른 것에도 꽤나 감격했던 듯하다.
6.
모르긴 몰라도 이 날 통역자분, 꽤나 뻘쭘하셨으리라 짐작된다.
곳찡이 하는 일본어를 팬들이 대부분 알아들었거든.
중간 인터뷰 중 한국 팬들은 일본 팬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여성팬이 많은 것 같다는 말에
통역하기도 전에 나를 비롯한 여성팬들의 열띤 환호성~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나중엔 이걸 통역해 말어 하는 기색도 살짝 보이더라. ㅎㅎㅎ
물론 하로프로 팬들도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진 않다.
그건 전에 내가 일본여행 갔을 때도 발동되었던 일종의 초능력-내지는 사랑의 힘이라고 봐야 한다.
모르던 말도 다 알아먹는 것이다!
거기다 팬이라면 그동안 봐온 동영상이며 들은 노래가 몇곡이겠는가. 듣기 수업 하난 확실하게 하고 온 셈.
공연 내내 틈틈이 '곳찡 카와이~' '캇코이~' '세마이~' '다이스키~'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어떤 분은 곳찡이 팬들이 선물한 케이크를 한 조각 물 때
'와타시모~~'라고 간절하게 외쳐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곳찡은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모두 다 주면 남는 게 없다는 제스처로 화답.
(그런데 이 날 곳찡이 케이크를 먹는 데 쓴 포크가, 운영진 분 한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루머가..)
곳찡이 퇴장한 이후 하로프로 연구소의 스타 노미노미님이 좌중을 정리했다.
사실 당시에는 노미노미님인 줄 몰랐다. 너무 말쑥하고 엘리트 같은 외모에, 능숙한 사회진행 때문에..
(팬미팅 특전으로 곳찡만이 아니라 노미노미님과의 투샷을 추첨 선물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ㅎㅎㅎ)
이날 무대 앞쪽에 외로이 놓여 있던 곳찡의 라이브를 위한 생수병은
노미노미님이 들고 사라지실 때까지 팬들이 10만원~20만원~하며 경매놀이를 했다는 후문.
7.
좌석 추첨을 통해 세 사람에게 증정하는 사인본 사진집과
단 한사람에게만 선사되는 곳찡과의 투샷! 때문에 추첨 내내 사람들이 달아올랐다.
내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사진집에 당첨되었는데,
너무 쭈뼛거린 나머지 곳찡이 악수하려고 내민 손을 못 본 채 퇴장하다가
나를 비롯해 주변인들이 '악수해요!!! 다신 안 올 기회야!!' 라고 질러대는 소리에 다시 올라가서 악수했다. ^^;
그리고 1회차의 어떤 남자분에 이어
2회차에서 투샷에 당첨된 어떤 여자분.
얼굴을 감싸고 걸어나오며 어쩔 줄 몰라했는데 참 쑥스럼 심하다 싶었다.
나라면 기회다 하고 이 말 저 말 다 할 텐데...ㅠㅠ 엉엉엉
근디 알고 보니 너무 감격한 나머지 울고 있었던 거였다.
엉엉...나도 속으로 울었다 부러워....
8.
이날 가장 기대 밖의 수확이었던 선물 증정식.
사실 팬미팅 종료 후 곳찡이 직접 한 사람 한 사람 선물을 나눠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천 명이 넘는 인원에게 나눠 줘봤댔자 뭐겠냐 했는데 역시 볼펜이었고-(그래도 소중히 보관중...)
아마 악수회와 비슷한 속도로-즉, 1인당 1초도 채 안되는 속도로-스쳐지나가지 않을까 예상했다.
2시 때도 그랬다고 하니까.
그래도 할 말은 나름대로 마음 속에서 준비해 갔었다. 살짝 아첨도 섞어서
[즐거운 팬미팅이었습니다. 곳찡이 한국에 와 줘서 정말 기쁩니다. 곳찡은 내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즐거움입니다. 하로프로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도 공부했습니다. 저와 같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다시 와 주세요] 정도? 아마 이 반도 못할 거라는 각오도 하고...
..자아. 그런데.
예상외로,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1인당 주어진 시간이 말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머리가 하얘졌다..
왜냐구? 바로 눈앞에 곳찡이 서 있었단 말이야!
기대도 안 했는데!
순간 나는 너무나 수줍은, 어리광이나 부려야 할 법한 소녀가 되어
'..다시 와 주세요'라는 말밖에 못 했다.
곳찡 웃으면서 '네'라고 대답.
나와 같이 아타마가 아츠캇타 일행들.
'다시 와 주세요'에 '꼭.'이라는 대답.
'진짜진짜 좋아해요~'에 '저도.'
'사랑합니다!'에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음 미묘한 대답 차이가 재미있군)
8.
나와 보니, 역시나 다들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밴을 타러 나올 곳찡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것!
크악~~이게 말로만 듣던 숙소 대기!
나 중딩시절 HOT팬들 본 이후로 얼마만에 접하는 빠순&빠돌질이더란 말이냐
그래서 나도 기다렸다.(쿵)